세상은 넓고 다양하다.
그 아름다움에 모두가 눈을 돌려 어둠 속에서 불빛만을 쫓아 헤매이지만
어쩌면 그러는 사이 자신의 초가 녹아드는 것을 모두 잊어버리는지도 모른다.
허상조차도 눈부신 이 세상은 너무나도 강렬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
살다 보면 내가 원래 무엇을 잘했던가 그리고 무엇을 원했던가
어디에서 왔었고 무엇을 하고 싶었나 어떤 길을 걷고 있었으며
어떤 순간에 살고 싶었나 어떤 존재로 어떤 숨을 쉬며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나
모든 것을 잊고 살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즉 이렇게 모든 것을 잊어버리면서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까닭은 끊임없는 고통과
각 개인만의 능력으로는 이겨내기 힘든 악마의 지략과 수단들, 우리를 짓누르게 하는 힘과
무게, 삶의 아픔과 마음의 불안과 공포, 또는 피곤함과 나태함, 안이함 등 우리 내면에 파고든 가시들
이런 슬프고 힘들고 아픈 무언가 이외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것들조차
단지 우리가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이유로 옆에 존재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설령 허상에 불과한
실체 없는 것에 우리의 삶을 걸어가며 살아가고 있을 때조차.
하지만 나는 경험을 통해서 모든 이의 삶을 다뤄낸다는 것의 무게도 알고
세상의 아름다운 모든 것을 포착해낼 수도 없다는 걸 알며
그 이면에 담긴 고독과 힘든 순간, 그 안에서 빛을 발하는 개개인의 철학을
모두 녹여낼 수 없다는 걸 안다. 그것은 불가한 일인 동시에
나를 무너뜨릴 일일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순간 하는 일은 그러므로 단지 한 인간의 삶에 초점을 두고 다뤄봄으로써
본질적인 요소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곱씹어보고, 되짚어보기 위함이다.
인기와 명예를 얻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과는 관계없이, 100년이 지나고 1000년이 지나도
진실로 사람이 삶을 살아가다 보면 공감하게 되는 가볍거나 무거운 것들, 거기에 느끼게 되는 철학들에
대해서 다루려고 한다. 지금도 내 맘을 울리고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 "Que-sais je?"라는 것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몽테뉴처럼, 나도 단지 세상을 다룸으로써
그 안에 대한 본질의 접근을 시도할 뿐이다. 사실 세상에 화려하고 눈부신 것들은 모두 본질을 쌓아오는 자들의
책들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형이하의 세계에서 표현을 하고자 온 생애를 바쳐 스스로의 철학을 한
그런 사람들의 노력에서 형성되고 구현되었다. 때문에 이를 결코 가볍게 무시할 것은 못 되지만
그러나 우리 개개인이 지닌 능력이 결코 1에 수렴할 수 없기 때문에 단 하나의 기술 영역, 표현 영역에도
온전한 완성이라는 것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고, 이에 나는 단순히 본질에 대해 직접 다루는 사유의 텍스트들이
떠도는 것을 잡아서 다시 묶어 깔끔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여기서 다뤄지는 한 개인의 삶은
그저 포커싱을 위한 것으로, 말하자면 비춰지는 대상(오브제)에 불과한 것이다. 거기에 초점을 두고
어떠한 해석을 비춤으로써 생겨나는 빛과 그림자는 각자가 관찰해서 다시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다시 정리하면 된다.
나의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면 단지 경의를 표할 뿐이다. 이 글들은 모두 당신들 덕에 쓰여질 수 있던
글인 동시에 당신 자신과 당신 주변을 관찰한 어떠한 글이다. 개인으로 표상된 세계안에 진실로 나는
가급적 편견없이 들어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으며 그렇기에 아마 모르긴 몰라도 왠만하면 그대 또한
이 관찰 대상인 동시에 관찰자 본인이 될 것이고 이와 같은 사유를 공유할 지 모른다. 객관적 세계를 담지는 못하는 대신
모두가 주관적인 것을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구현한 압축적인 세계와 같은, 말하자면 이 책은 만화경이다.
만화경을 통해 펼쳐지는 제한된 무한의 세계속에서, 당신은 당신 자신이무한 소 혹은 무한대로 펼쳐지는 과정을 바라볼 수 있을 수도, 혹은 단지 색다름만을 느낄 수도 있다. 나이를 먹어가며 나도 촛농이 점차 떨어지는 탓에 기력을 다한 것인지 완전히 모든 편견에서 해방된 자유의 상태를 오래 유지하지는 못하므로 이 글의 후반부로 갈 수록 분명 아쉬운 부분들이 생겨날 것이나 단지 이는 인간으로서의 한계에 불과하기 따름으로 결코 노력이 부족했기에 생겨난 것이 아님을, 너른 이해를 부탁한다. 이러한 여러 난점들에도 불구하고 글이 쓰여질 수 있고 끝내 완성될 수 있던 것은 순전히
독자들의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