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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 écrit >/브류나크 연대기

17화. 마혈

후.. 먹고 잠시 오동통해진 배를 가라앉히려 산책을 좀 하고 나니 오후 수업을 갈 시간이 되었다.

에르니의 설교를 듣다보니 (재미도 있긴 했지만 약간 반강제적이었다) 생각보다 시간을 약간 오버해버려서, 지금 뛰어가야 아슬아슬하게 교실에 세이프할랑 말랑 했다. 어후.. 검술교관님 무서운데. 이러다 찍히는 거 아냐?

다행히 세이프. 검술교관님이 노려보다가 홱 고개를 돌리고는 잠시후  우당탕탕 들어오는 다른 늦게 도착한 친구들을 구박하기 시작했다. 엎드려 뻗쳐로 기합을 가볍게 받고 시작했다.우리는 기본적으로 기사. 그것도 아직 온전한 기사가 아닌 기사지망생. 사실 이 정도면 젠틀한 처벌이긴 하다. 마법사는 체벌하면 좀 큰 이슈가 될 수도 있지만 기사는 솔직히 그런 거 없다. 무작정 패도 체력단련이라는 명목이 붙으면 성립하는 시대인 것이고, 그것이 왕정의 취지면 따라야하는 것이다. 막말로 죽기 직전까지만 가더라도 죽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게 이 시대 기사학교의 슬로건이었다. 물론 사실상 이 학교는 황실 국립 기사학교인만큼 귀족 학교라 봐도 무방하고, 또한 황실의 재산이기 때문에 교관이라거나 사감이라 해도 아주 막 나가지 않는 이상 그 정도까지 가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시대가 시대이고 또한 귀족집안 자제들인만큼 부모님이 자식보다도 가문의 명예를 더 신경쓰기 때문에 함부로 교관에게 개긴다거나 이런 위험천만한 짓을 빡대가리나 꼴통 일부 빼고는 할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자칫하면 집안에서 쫓겨날 수 있는데 왜 그러겠는가? 가만히 있으면 탄탄대로인 집안에서. 랑트의 경우 굉장히 특이한 것이었다.

"이번 수업은 인간의 혈도에 대한 것이다. 단! 아직 초장부터 인간의 모든 혈도에 대한 것을 다룰 수는 없다. 또한 그럴 필요도 사실 없다. 우리는 검사, 내지는 기사가 꼭 숙지해야하는 혈도에 대한 것이다. 이걸 모르면 나중에 생고생하는 날이 꼭 오기 마련이니, 아무리 피곤한 머저리녀석이라도 이 수업은 꼭 졸지 말도록 해라. 아무리 오전 수업이 격렬했다고 하더라도, 점심 시간에 충분히 쉬어줬으면 오후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 터!" 

(아니 저.. 초인이냐구요.. ㅠㅠ 하고 랑트는 속으로 말을 삼켰다.)

잠시 헛기침을 하더니 검술교관님이 말을 이었다.

"아무튼, 기사는 항상 적, 특히 황실에 침입한 괴한이나 탈주하는 범죄자등등을 즉시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괴한이 가령 칼이나 흉기를 들고 있다고 한들 어어어 어쩌지하고 누구보다 빠르게 빛보다도 빠르게 도망치면 안 된다는 소리다. 아무리 괴한이 칼을 들고 설친 듯 기사는 이를 바로 단숨에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유용한 것이 바로 인간의 혈도이다. "

검술교관이 칠판에 뭔가를 쓰더니 돌아보며 말했다.

"자, 외워라. 명치, 가랑이 사이, 목 뒤, 인중, 마혈."

"명치는 가슴 중앙에서 이렇게 선을 타고 내려오면 이 쯤 있다. 여길 가격하면 당연히 아프겠지. 하지만 명치는 그만큼 공격하는 선이 뻔할 수밖에 없다. 즉 상대도 이를 알고 대비를 하기 쉽다는 뜻이지. 이걸 극복하려면 너희가 최상급의 검술을 구현할 줄 알거나, 페인트를 치거나, 아니면 압도적인 체력과 스피드로 제압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통은 미친 놈 아니고서야 왕실에 침입하는데 가문의 비결이나 제 나름대로의 무공 없이 들어오는 놈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제대로 너희가 검결을 펼치더라도 이것에 걸리는 놈은 거의 없을 것이고 대부분 피할 것을 알고 그 다음 수를 대비하면서 휘둘러야한다. "

"그러면 너희는 보통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정면에서 찌르는 명치가 힘들다면, 후면으로 기습을 할까? 맞다. 목 뒤가 그 다음으로 노리기 쉽겠지. 하지만 이 또한 방어구등으로 충분히 방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따라서 너희의 검술 실력을 하루 빨리 높여서 정면에서 측면으로 변화하고 측면에서 후면을 치는 스텝과 검술을 익혀야한다. 오전에 보니 인상적인 스텝을 밟던 녀석들이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무엇보다 검술이 너무 단조롭다. 너희 같은 미숙한 애들이나 그 검술에 당하지 누가 대놓고 맞고 있겠냐? 지금 수준의 단계에서는 기습 한방에 끝내는 것이 제일 좋다. 가만히 맞고 있을 놈은 없기 때문에. "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못 막는데 찌르기 쉬운 곳이 있다. 바로 가랑이 사이와 인중이다. 가랑이는 뭐 익히 잘 알 거고.. 사내라면 여길 맞아도 괜찮은 놈은 없겠지? "

푸하하하하하고 애들이 웃었다.
.... 뭐가 웃긴거지?

"그런데 가랑이 사이라고 하면 이해를 잘 하는데 인중을 막기 어렵다는 것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는 놈들이 있다. 이게 참 답답하지. 말로 하면 잘 이해를 못해. 설명이 길어지면 다들 졸고나 있고.. 그래서 이건.."

"음, 좋아. 이건 실습을 해보도록 하지. "

(실습..?)

"자, 라파엘과 카딘 나와봐라. "

끼익. 하면서 의자를 끄는 소리가 들리고는 노란 머리에 날카로운 인상의 안경 쓴 라파엘과 갈색 머리에 허둥대는 것 같고 약간 동글동글한 인상의 보만이 일어나서 교실 앞으로 나왔다.  

라파엘이 공격하고 보만이 막기로 하지. 맨손이다. 주먹을 쓰지 않고 한 손가락으로 얼굴의 한 부위를 찔러봐라. 단, 눈, 귀만 제외하고는 아무 부위나 좋다.

라파엘은  먼저 보만의 코를 찌르려고 했는데 보만이 가까스로 막아냈다.

고민하던 라파엘은 턱을 노렸는데 손속이 빨랐으나 너무 고민해서 티가 났는지 보만이 손쉽게 막아냈다.

끄응.. 하고 라파엘이 고민하다가 다시 손을 뻗었다.

라파엘은 다시 이마 쪽을 노렸는데 카딘은 이 정도는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오른 쪽으로 돌려 피했다. 

보만이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리며 라파엘을 의식해서 뒤로 물러나는 순간, 라파엘의 손가락이 돌진했고 보만의 인중에 바로 닿았다.   

"자, 라파엘의 승리다. 보만, 라파엘의 공격에서 어떤 점을 느꼈지?"

"저.. 음.. 일단 이마 쪽으로 오는 공격은 확실히 보였구요, 턱으로 오는 공격은 흐름상 예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코 쪽은 어땠나?"

"코 쪽은.. 처음의 움직임은 보였는데 손을 뻗자 잘 보이진 않았습니다. 예상보다 더 빠른 거 같았어요. 하지만 코는 라파엘의 손가락이 이 쯤 있을 거라 예상이 갔는데 인중은.. 제가 하필 고개를 돌려서.."

"그게 아니지. 정면으로 보고 있었어도 코랑 마찬가지로 잘 보이지 않았을 걸세."

검술교관이 혀를 쯧쯧 찼다.

"네?"

"봐. 인중 쪽으로 이렇게 손을 뻗으면, 더 빨리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지지."

"아!"

"이건 사람의 시야와 관련된 걸세. 본디 눈의 사각에 있기 때문에 코 아래 쪽에서 인중 사이는 잘 보이지가 않지. 단지 공간지각력과 연상반응으로 이쯤 있을 거라 추측하는 것일 뿐. 그래서 예상보다 한 박자 빠르지. 이 쯤 있을 거라 연산하고 있는 찰나에 이미 도착했기 때문일세. 시각 정보를 판단하는 사이 이미 촉각 정보가 전달이 되겠지."

보만이 납득했는 지 고개를 끄덕였고 라파엘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약간.. 진짜 내가 빨라서 그런건데.. 하는 표정?

"자 둘은 들어가 봐도 좋아."

저벅 저벅.

"이렇게 인중 사이는 본질적으로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 또한 정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가끔씩 쓰기 유용하다. 물론 상대도 마찬가지로 숙련된 검사라면 좀 힘들겠지. 우스꽝스러워보이겠지만 너희들도 나중에 돌아가서 직접 해보면서 이 빠르게 좁혀들어오는 거리감에 익숙해져라. "

"그다음은 정말 꿀팁 중의 꿀팁인데.."
검술 교관이 칠판을 두드리면서 꼭 집중해라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기문혈과 일월혈을 제압해라.  이 기문혈이 앞서 말한 마혈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정통으로 맞으면 너무 아파서 순간 말을 잊는다고 한다. 때문에 사기꾼을 제압할 때 이용하기도 하지. 기사들이 무력만 키우다보니 듣다보면 넘어가는 경우가 많거든. 기문혈은 바로 가슴에서 3~4인치 정도 아래, 즉 갈비뼈 2개정도 아래에 있는데 이걸 정통으로 치면 단숨에 제압이 가능하지. 하지만 사람마다 변수가 있다. 가령 여기에 경전을 둔다거나 하는 특이 케이스가 있다. 이럴 때에는 바로 변화구로 일월혈을 찌르는 것이다. 이 일월혈은 기문혈에서 3~4인치 아래이다. 기억해라. 기문혈이 막히면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바로 일월혈을 찔러야한다. 그러면 구할 정도는 대부분 제압이 되지. 그러나 언제나 대전에서 변수는 존재한다. 오전에 경험해봤겠지. 너희가 예상하는 모든 것은 실전에서 막상 예상과 같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에 검사들은 항상 작게나마 긴장을 하고 대전에 임하는 것이지. 가령, 괴물같은 친구가 있어서 기문혈과 일월혈이 맞아도 타격이 별로 없거나, 소드마스터처럼 기혈이 마나로 가득차있어서 아프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사실 너희가 죽을 확률이 크겠지만.. "

(갑자기 정적이 흐르는 교실 분위기..아, 원래 정적이었지. 아무튼 긴장감이 감돌았다. 제럴드 놈은 예외였다. 미친놈이 저 검술교관이 말하는 앞에서 꾸준히 졸고 있었다.)

"아무튼 일단 일반적인 범인의 경우 기문혈을 맞고 일월혈을 추가타로 맞으면 거의 뻗는다. 정리하자면 신경전으로 명치, 목 뒤를 노리고 변칙적으로 머리 인중, 가랑이 사이를 노려라. 그래도 요리 조리 잘 피하면서 사정권에 잘 안 들어오면 기문혈과 일월혈을 노리다가 한 두 방 때리면 된다고 할 수 있지. "

"물론 고급 검술로 넘어가면 또 다르지만, 일단 그렇게 알아둬라. 너희 정도의 수준에서는 지금 그게 최선이고, 또한 이게 기본적인 바탕이니까. "

"추가적으로 혈도를 더 연구하는 것도 좋으나, 무분별하게 찔러보다가 괜히 탈이 생길 수 있느니 (ㅋㅋㅋㅋㅋ 하고 다들 웃었다.) 주의하도록 해라. 전문가나 전문서적을 토대로 공부해야지 엉뚱한 이상한 사이비 같은 서적에 현혹되지 말도록 하고. 이걸로 오늘 수업은 마치겠으니 다들 돌아가보도록. 다들 한 번씩 인중.. 알지? 연습해봐라. "

네에에~하면서 다들 일어났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복도를 지나 걸어가면서 랑트는 생각에 잠겼다.

혈도의 수업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그 때 고블린 떼들한테도 내가 써먹을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랑트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 

"후우~ 집에 가서 복습해봐야겠다.."

물론 코를 찌르는 연습이라니.. 좀 난감한데. 에드몬드한테 시킬 수도 없고..
이걸 누구한테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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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에서 절찬리 연재중!

https://novel.munpia.com/21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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