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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philosophie >/통찰

IV. 참된 목표가 없으면 영혼은 그 열정을 그릇된 목표에 쏟는다.

 

 

IV. 참된 목표가 없으면 영혼은 그 열정을 그릇된 목표에 쏟는다.

 

 

 

 

◈ 심한 통풍(痛風)으로 몹시 고통을 받고 있던 타 지방의 한 신사는 의사들로부터 소금에 절인 고기는 절대로 먹지 말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농담조로 '질병으로 고통스러울 때면 나는 항상 소시지나 소 혓바닥이나 햄 등 욕설 퍼부을 대상을 원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것들에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퍼붓고 나면 훨씬 고통을 덜 느끼게 됩니다.'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런데 실제로 팔을 추켜올려 무엇인가를 치려고 할 때 그 팔이 아무 것에도 부딪치지 않고 허공을 가르게 되면 오히려 화가 나게 된다.

 

-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사실, 다른 실존적 문제는 제외하고서라도, 우리의 감정들조차 때론 실체가 없음을 들어 목표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분노라는 감정을 우리는 흔히 자신에게서난 감정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뇌가 관할하는 다른 영역인 이성을 통해 이 분노란 감정을 주변상황과 떼어놓고 분리한 뒤 면밀히 살펴본다면, 우리는 쉽게 분노라는 감정의 실체를 찾을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아니, 감저으이 실체란 있지만 그것은 우리 내면 밖에 존재하는 것이다. 사실 원초적인 3 감정, 희, 애, 락 외에 다른 감정, 분노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상징'으로 구성되어 있는 감정이라 할 수 있다. 가령, 왼 뺨을 맞으면 나도 오른 손을 뻗어야 한다. 그것은 사회적 환경 소겡서 형성된 암시 속에서, 자기 방어와 보호행위로 인지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마땅히 해야할 '의무'를 제대로 행하지 않았을 때, 사회적 멸시와 조롱이 따른다. 여기서 원래 인간이 느낀 감정은 슬픔의 영역에 속하는 감정이지만, '사회적 학습'과 자기자신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분노라는 감정으로 변환된다. 때로 목적이 없을 수도 있는 기쁨이나 슬픔이란 감정과 달리, 분노라는 감정은 항상 '자기 방어'라는 목적을 지닌다. 따라서 분노란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형성되기도 하며, 시낭이나 신념같은 체계화된 상징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모두 상징을 통한 내면화가 되어야만, 이를 통해 해당 상징이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었을 때 '자기방어'라는 본능을 촉진시켜 분노를 유발하게 된다. 분노할 때 아드레날린이 나온다거나, 심장이 빨리 뛴다는 등은 빠르게 전투태세로 전환하여 스스로를 보호해야한다는 무의식적 자극이 신체에 전달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평소 말을 느리게 하거나 더듬는 사람들도 심장의 빠른 박동으로 혈액 순환이 보다 원활해짐에 따라 말을 빠르게 하거나 또렷하게 또 크게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허나 분노라는 감정은 이렇게 좋은 측면으로 활용되기보다는 부정적으로 발현되곤 하는 것이, 뚜렷한 목적, 원인이 없는 데도 분노를 하게 되는 경우에 따라 생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미없는 것에 화를 내고 이후에 내가 나답지 않게 왜 그랬을까 생각하며 후회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분노라는 감정이 워낙 '자기방어'에 유용한 감정이다 보니까 자연스레 이를 '사회화된 상징이 내면화된 준칙의 덩어리'라기보다는 본인의 내면에서 나온 감정이라고 점점 망각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우울하고 슬플 때 의미없이 자신의 내면이 위축되거나 흔들릴 경우, 이를 자기보호/방어를 강화해야하 필요성이 있다고 인식하여 자기보호본능을 자극한다. 그로 인해 딱히 현실에서 타인이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르거나 실수하지 않은 경우에도 분노가 일어나거나 증폭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분노의 감정은 우리 내면에도 그 실체가 없기 때문에, 외적인 요인이 없을 경우 정처없이 헤매며 이것 저것 원인이 될 만한 것을 다 찔러보며 찾아다니기 때문에, 표출하면 표출할 수록 더더욱 증폭되는 성질을 지닌다. 특히 분노를 표출하면 에너지가 소모되고 더 강력한 긴장상태에 놓임에 따라 더 많은 에너지와 아드레날린 등 전투상태에 필요한 성분들을 마련할 수 있는대로 다 가져와 더 큰 분노를 표출하기 좋은 상태가 된다. 따라서 이 외적인 내면화로 인한 감정인 분노라는 감정이 커지다 못해 자신을 집어삼키는 걸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위 자기계발서 작자라는 자들이 연구없이 어디서 베겨서 끄적이는 긍정의 힘이나 분노에 대한 의식적 통제 같이 자기 내면을 통제하려고 억누르려는 시도보다는, 단순히 이 분노라는 것이 자신의 감정인양 뿌리내리고 있지만 자신의 감정이 아니란 점과, 사실상 타인이 심어놓은 타인의 감정이라는 걸 인지하는 것이다. 여기서 타인이 심어놓았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형성되고 구체화된 것이라는 의미이다. 즉, 사회 속에서 자기 방어에 보다 타당한 준칙/ 방법/ 방어 등의 정보나 명제가 교육이나 입소문, 책/방송과 같은 미디어를 통해 내면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본래 자신의 것도 아닌 감정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괴롭히거나 내게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상처입힐 까닭은 없다. 단지 필요하거나 우리가 충분히 목적을 인지할 수 있는 경우, 타당성을 확신할만한 경우 유용한 이 감정을 잘 활용해야지, 우리의 행복한 삶을 그르치는 데도 이것을 자신의 감정으로 착각하여 증기기관을 손으로 막으려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분노란 타자적 감정임을 깨닫고 목적이 없는 분노인 경우 이것이 마땅히 이유가 없음을 인정함으로써, 뚜껑을 열고 스팀이 알아서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 뚜렷한 목적도 없는 분노를 계속한다면, 영혼이 그 시간이 낭비하거나 그 열정, 에너지를 의미없는 데 쏟거나, 인간관계에 금이 나거나, 자기 자신에 고장이 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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