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은 세상에 던져진 우리를 '구속'한다.
플라톤 <파이드로스>의 예에서의 옷을 빼앗긴 A와 옷을 빼앗은 B의 법정 싸움을 살펴보자.
진실은 힘이 약하지만 겁이 없는 B가 힘이 세지만 겁이 많은 A의 옷을 뺏은 '악'을 저질렀다는 사실이라고 하자.
그러나 증거가 없다고 주어진 상황에서 결국 '논증'이라는 것이 대두된다.
이때 A가 세간의 이목을 두려워하여 자신이 겁쟁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아 얼버무리는데 반해, B는 힘이 없는 자신이 힘이 센 A의 옷을 어찌 빼앗아 갈취할 수 있겠냐며 자신이 결백하다는 주장을 법정에서 서술한다면, 분명 보다 설득력이 있는 입장은 B라고 여겨질 것이다.
즉 사회적 공판의 상황, 억울함과 악행여부, 시시비비를 가리는 상황서 타인의 인정을 받는데 중요한 것은 '진정성' 혹은 '진실'을 말하는 것 그 자체 보다는 논거의 대중 혹은 배심원에의 '설득력' 또는 '호소력' 그 자체라는 부조리한, 다만 명백한 현실을 깨닫게 된다.
진실로 논증의 탄생으로 인해 인간은 입과 혀에 절대적 권능을 부여해버린 것인가.
아아. 어쩌면- 역설적으로 논증의 탄생 시점부터 이미 간사함과 거짓, 직관과 통찰과 의로움에 대적하는 부정한 재판과 심판행위, 뇌물, 온갖 사악한 협잡과 거짓 수작, 증거의 조작, 증언의 왜곡,뒷거래 등이 생겨나버린 게 아닐까.
이제 우리가 살펴보게 될 세계,
그 세계에서는
법 은 죽 었 다.
더 이상 법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인간이 도를 버렸다고 해야할까.
온갖 힘과 논리가 서로를 헐뜯고 파괴하기만을 희망하는 전란 속 이 혼탁한 세계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작은 산골 마을, 칼라스. 천애 고아, 어느 가문 출신인지조차 모르는 '랑트'라는 아이는 그 특유의 예의바른 행동거지와 성실함으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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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에서 절찬리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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