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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 écrit >/브류나크 연대기

1화, 랑트의 죽음

피곤하다.
그럼에도 주변이 시끄러워서
다시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침실을 가득 채운 사람들..
나의 가족들과
나이가 지긋히 먹은
나의 오랜 친우들.
‘아아, 이게 나의 죽음인가.’
랑트는 눈을 감았다.
 
우리의 생애는 과연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조금 있으면 나의 존재는 무로 돌아갈 것이다.
 
그 가운데 나의 삶에서 진정 의미가 있는 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나의 명예? 나의 부? 나의 권력?
이 모든 것들 사이에서 내가 죽고 난 이후에도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이 있단 말인가.
나는 열심히 살다보면 그 답을 찾을 거라 생각했었다.
물론, 찾았다고 생각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모든 것을 구한 순간 
모든 것을 잃었다.

.. 세상 사람들이 찬양할 업적을 두고도 
나는 결국 후회를 남기는 구나. 
안타깝다. 하지만 덧없는 세상의 연을 이런 시점에서 
끊고 피안의 세계로 간다는 건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닐것이다. 

랑트는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곤, 그를 추억하며.. 
그리고 그의 침실에는 
요동치는 침묵과 
소리없는 울부짖음이 
잠시나마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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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트!!” “네!! 가고 있어요!!” 
“저 녀석.. 참 성실하단 말이야.. 일은 못하지만.” 
한 노인이 그를 보면서 끌끌 댔다.
“대체 어떤 부분에서 그러는 건가? 저번에 갑자기 데려와서 
일 시킬때도 착실하게 잘만 하더만..."  
그와 친한 다른 노인이 말했다. 
“끌끌.. 맘에 안 들어.. 내 눈에 그 검들은 완벽하지 않아서 
어차피 죄다 버려야 할 것들일세.” 노인이 말을 받았다. 
“허어.. 이 사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 아닌가? 제자도 
한 번 들인 적 없는 사람이라 그런 진 몰라도 사람이 첫 술에 
배부르기 어렵다는 걸 잘 모르는 구만.
자넨 하여튼 그 욕심 좀 버릴 필요가 있네.“ 
다른 노인이 말했다. 

“아! 어르신! 몸은 좀 어떠신가요? 조금 나아지셨나요?” 
랑트가 지나가다 두 노인을 발견 하고 각기 인사를 건네고는 
다시 갈 길을 갔다. 

랑트는 자기 머리보다도 높게 상자를 쌓아서 
들고 다니고 있었다. 아마 마르트랑 부인의 의뢰를 받아서 
물품을 여관으로 배달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끌끌.. 그래도 인사성은 밝은 녀석이야. 그것 하나는 좋구만.” 
노인이 한동안 묵묵히 랑트를 바라보다가 운을 뗐다.

*****************************
“휴! 오늘도 일을 되게 많이 했다. 
그래도 마르트랑 부인이 일당을 많이 쳐줘서 다행이야.” 
랑트가 침실에 짐을 풀며 혼잣말을 했다. 
옷을 벗고 잠옷으로 갈아입는데. 
“으허허억!” 
온 몸이 쑤시는 고통에 그는 단말마 비명을 질렀다.   
“하..하..하..하... 아.. 어깨가 너무 뻐근하네.. 
아.. 파스도 거의 다 썼는데..” 
잠시 한숨을 쉬는 랑트. 
 
“에라 모르겠다! 내일도 어떻게든 되겠지!” 
랑트는 침대에 누웠다. 
“거 늦게 와서 되게 투덜대는 구만~  너만 일하다 오냐?” 
같은 방을 쓰는 사무엘이 핀잔을 준다.
“너무 그러지마, 사무엘.. 오늘 마을 창고 
연말 정리까지 하고 오는 길이라고.. 
“큭.. 내가 졌다.. 맘껏 투덜대라. 오늘만 용서해줄게.” 
“짜식.. 아 내일이면 신년인가? 
여관에서 맛있는 거 해주겠지? 
딴 데는 영업 안 하려나?” 
“넌 뭐 당연한 걸 묻냐. 내일은  고기 듬뿍 넣은 
토마토 스튜에 브로콜리 마요네즈 무침이야.” 
“아.. 마요네즈면 먹을만 하지. 
근데 특식 치고는 너무 스케일이 작은데? 
뭐 좀 더 나오지 않을까?” 
“글쎄. 그건 내일 봐야 알겠지. 
아무튼 알렉사가 그렇게 말했다.” 
“알렉사의 말이라면 믿을만 하겠군. 
아, 너 아직도 알렉사 좋아하나?” 
“무, 무슨 소리야! 빨랑 짐 마저 정리하고 부, 불이나 꺼! 
신년 맞이 정리하면 내일도 정신이 없겠구만 이 자식이..
쓸데없는 헛소리나 하고 있어” 
사무엘이 볼이 홍당무마냥 빨가진 채 당황해서 소리쳤다. 
“짜식.. 반응 보니 맞구만 뭐. 알겠다!  피곤하긴 하니까..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15살이 되는 기념으로 
소원이라도 빌자고. 내일은 늦잠 자지 마라?”    탁.

이렇게 다가오는 한 해에도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일상적인 하루를 보내는 랑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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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에서 절찬리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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